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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폴란드 시장 새로운 키워드, 고객감동
폴란드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아직은 낯선 나라이다. 프라하, 부다페스트가 있는 체코나 헝가리는 어느덧 한국 관광객들을 통해 우리에게 많이 익숙한 나라가 되었지만, 폴란드는 이렇다 할 관광지를 가지고 있지 못해 폴란드를 잘 아는 한국인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폴란드와 우리나라 간 경제협력 관계를 알고 나면 더 이상 우리에게 낯선 나라가 아니다. 2010년을 기준으로 폴란드는 우리에게 유럽연합(EU) 5위의 수출대상국이며 폴란드와의 교역을 통해 한국은 연간 41억달러의 무역흑자를 내고 있다. 또한 폴란드는 LG전자,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기업 128개사가 진출해 사업을 영위하고 있고 누적투자액만 12억6000만달러에 이르는 EU 5위의 투자대상국이기도 하다.
폴란드는 2004년 EU 가입 후 안정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수도 바르샤바에서 남쪽으로 340㎞ 떨어진 브로츠와프 시는 2004년부터 5년간 연간 성장률 평균 12%대를 기록했다. 또 일자리가 늘어나 2000년대 초반 20%대였던 실업률은 최근 5%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처럼 꾸준한 상승세를 보인 폴란드에 대해 무디스는 최근 소버린 쇼크에도 불구하고 올해 성장률을 4%로 내다봤다. 이렇듯 폴란드는 하루가 다르게 경제성장을 거듭하며 산업 전반에 걸쳐 고도화가 속속 진행되고 있다. 폴란드 경제를 이끌고 있는 여러 산업 분야 중 아직까지 발전이 가장 느린 분야는 무엇일까? 바로 서비스산업이 아닐까 한다.
폴란드가 전반적인 경제상황 및 국민소득 수준은 날로 향상되고 있으나 서비스산업과 관련된 사회적 인프라나 인식은 아직까지 미약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폴란드는 조사대상 142개국 중 종합 41위를 차지했으나 행정서비스 부문에서 124위에 그친 일은 이러한 면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라 하겠다.
아직까지 공산주의 잔재가 가장 많이 남아 있다는 공공서비스 분야를 제외하더라도 폴란드의 금융, 통신, 운송 서비스의 수준은 서구에 비해서 많이 뒤처져 있다. 특히 ‘고객감동’을 부르짖는 우리 기업의 그것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고객지향적인 서비스의 부재를 보여주는 사례는 많다. 폴란드 우체국을 통해 옆 건물에 있는 사무실에 특송우편을 보냈는데 일주일이 넘게 걸려 우편물 이동속도를 달팽이와 비교했다는 일화나, 은행에 체크카드를 신청하고 몇 개월씩 받지 못하는 일, 집에 인터넷 설치를 신청한 후 설치기사가 오겠다는 시간보다 훨씬 늦게 나타나거나 다음 날로 약속을 미루는 일 등은 폴란드에서 그리 보기 힘든 광경이 아니다.
폴란드 사람들은 이러한 현상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물론 그렇지 않다. ‘고객감동’을 부르는 고객중심 서비스에 이들 역시 목말라 있고, 언제든 그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 제공자에게 지갑을 열 준비가 되어 있다. 폴란드 서비스산업이 가야 할 길은 아직까지 멀어 보인다. 낙후된 폴란드 서비스산업의 현주소가 ‘빨리빨리’ 정신으로 무장한 우리 기업들에는 또 다른 사업의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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