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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경찰청장 자신부터 징계하라
잇단 ‘네 탓’징계 남발

경찰, 무능·비리관행 여전

선전포고·총기사용 앞선

읍참마속 반성자세 기대



이러다 ‘장례식장 공포증’에 걸리는 것 아닐까. 경찰이 자신의 생일인 경찰의 날(10월 21일), 장례식장에서 불거진 두 사건 때문에 벌집 쑤셔놓은 듯하다. ‘경찰의 꽃’으로 불리는 총경급 간부 6명이 경질됐다. 한 계급 높은 ‘경찰의 별’인 경무관 이상급도 떨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경찰관이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인천 모 병원 장례식장 조폭 흉기난동사건과 서울 구로의 장례식장 뒷돈 사건 탓이다. 인천 사건에서는 조직폭력배가 경찰의 눈앞에서 반대파에 흉기를 휘둘렀다. 조폭보다 더 많이 출동한 경찰은 나서지 못했다. 면피식 부실ㆍ허위 보고가 이어졌고, 조현오 경찰청장마저 언론 보도를 보고 알게 되는 지휘체계 문란도 발생했다. ‘무능과 면피의 백화점’을 보는 듯하다.

구로 사건에선 경찰관이 ‘시신 브로커’로 나섰다. 변사사건 시신을 넘겨주는 조건으로 장례식장으로부터 뒷돈을 받은 것. 서울경찰청 감찰부서에서 사전 인지해 감찰을 시도했지만 수사권이 없다고 내사종결한 사안이다. 비리에 제 식구 감싸기까지 겹쳐졌다. 잊힌 영화 ‘투캅스’가 다시 떠오른다.

조 청장이 잔뜩 뿔이 난 것은 당연하다. 그는 뼈를 깎는 아픔이 있더라도 ‘무능 경찰’ ‘비리 경찰’이란 이미지를 벗어던지겠다고 했다. “제 살을 도려내겠다”며 강력한 조직기강 확립을 선언했다. 유착비리 가이드라인도 만들기로 했다. 조폭와의 전쟁도 선포했다. 지극히 정상적이고 당연한 대응이다.

그러나 조 청장의 대응을 보면 왠지 아쉬움이 남는다. 조 청장은 우선 스스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물론 조 청장은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송구스럽다는 ‘사과의 뜻’을 표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들은 ‘뜻’이 아닌 ‘성명’이라도 발표해야 할 사안이다. 부하직원들보다 스스로를 먼저 징계했어야 한다. ‘칼바람’에 경찰 내부에서조차 ‘꼬리 자르기’ ‘네 탓이오’ 식 징계가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그럼 “경찰청장은 누가 징계하나”란 국민들의 질문에 조 청장은 분명한 답을 내놔야 한다.

‘총기 사용’ 발언도 좀 더 신중한 자세가 필요했다. 조 청장은 지난 21일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안전과 인권 수호자로서의 경찰’을 강조했다. 그 방법론으로는 선제적 대응을 강조했다. 조폭과의 전쟁 선포도, 총기 사용 불사도 그 예방적 치안의 일환이다. 그러나 ‘총기 사용’ 발언은 일반 국민은 물론, 일선 경찰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매뉴얼조차 제대로 만들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반인도 몰려 있는 장례식장에서 총을 쏘란 말이냐” “사고가 발생하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등등. 반발 기류도 만만치 않다. 한 경찰관은 “(우리의) 팔이 부러지고 머리가 깨지더라도 일반인의 안전을 먼저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일각에서는 “조 청장이 개정을 추진 중인 총기 사용 지침을 이번 조폭 사태를 계기로 전격 시행하기 위해 물타기하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이번 사건은 경찰에 뼈아픈 사건이다. ‘경찰의 꿈’인 수사권 독립을 위한 분위기가 고조된 상황에서 터져나온 ‘무능’과 ‘비리’는 그 꿈을 송두리째 빼앗아갈 수도 있다. 선전포고에 앞서 자신을 먼저 읍참마속하는 경찰청장의 모습을 기대한다. 그래야 경찰이 살고, 꿈도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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