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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태국 노아의 대홍수, 남의 일 아니다
태국의 수도 방콕 전역이 수몰될 위기에 처했다. 3개월째 계속된 집중호우로 시내를 가로지르는 차오프라야 강 수위가 통제불능 상태에 직면한 것이다. 1200만 방콕 시민의 도심 대탈출은 전쟁 피란에 버금갈 정도로 긴박하다. 여기다 오는 31일까지 바닷물 만조가 겹치면서 방콕은 물폭탄과 대치하는 일촉즉발의 전운마저 감돈다.

태국 국토의 3분의 1을 집어삼킨 50년 만의 대홍수는 이미 400명에 육박하는 인명 피해와 18조원 이상의 경제적 손실을 입혔다. 팔당댐 저수량의 수십 배 물폭탄은 방콕 도심의 주유소ㆍ편의점ㆍ은행ㆍ학교 등 편의시설과 일반 주택은 물론 왕궁ㆍ정부 청사ㆍ저지대 산업시설마저 물바다를 만들었다. 수십만명 실직과 문화유산 파괴, 물류 대란, 수질 오염 등 2차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주말 만조 시기를 무사히 넘기더라도 시내 강물이 빠지는 데 최소 한 달이 걸릴 전망이어서 수마(水魔)가 할퀸 처참한 몰골은 가히 짐작이 간다.

긴급 대피령까지 내린 태국은 6ㆍ25 전쟁 때 쌀 4만t과 함께 6300여명의 병력을 급파, 134명이 사망ㆍ실종한 우방이다. 아시아 변방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피를 흘린 고마움을 생각한다면 한국의 지원과 협력은 남달라야 한다. 더구나 태국은 탈북 난민의 생명선이기도 하다. 원조 받은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의 이미지 제고 차원에서 재난 지원은 보다 적극적이어야 한다.

모래주머니 등 70만달러 상당의 구호품과 정수기 지원으로는 부족하다. 정부는 이재민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지원에 더 속도를 내고 정수기 관련 기술자, 의약품 및 의료진 파견 등도 서두르기 바란다. 지하철ㆍ도로ㆍ철도ㆍ제방ㆍ교량 등 수해 복구를 위한 건설 협력도 차질이 없어야 하고, 현지 진출 기업과 교민에 대한 자금 지원도 꼼꼼히 챙겨야 할 것이다.

태국 노아의 대홍수는 남의 일이 아니다. 지난여름 두 달간의 한반도 집중호우를 보라. 4대강 사업 반대론자들은 물에 잠긴 방콕 도심을 보고 진심으로 반성해야 마땅하다. 외교장관회의 참석차 방한한 태국 외무장관이 도착 즉시 남한강 이포보로 달려가 상황을 살폈다. 건천을 살려 생태계를 회복하고 예년의 2.5배에 달하는 국지성 호우를 견딘 4대강 사업을 더 이상 폄하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 역시 방콕 침수 사례가 서울에서 재현되지 않도록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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