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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朴 시장, 정치놀음보다 시정 역점을
박원순 서울시장이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에 사실상 반대하는 의견서를 7일 정부에 제출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의 정책 현안이나 정치적 사안에 의견을 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더욱이 취임한 지 열흘밖에 되지 않은 박 시장은 연일 시내 곳곳의 현장을 살펴보고 청년창업 지원 방안 등 시정을 익히고 수립하느라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여야 간 첨예한 대립을 보이는 한ㆍ미 FTA 반대 언급은 적절하지 않다. 서울시의 공식 입장이라고 하나 박 시장이 혹시라도 내년 대선까지 꿈꾸는지 의혹을 사기 쉽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시 의견서는 한ㆍ미 FTA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고 신중하게 내놓은 결과물로 보기 어렵다. 그동안 민주당 등 FTA 반대 세력의 주장과 다를 게 없고, 가정에 가정을 거듭한 억지 논리의 반대 의견서라는 인상이 짙다. 가령 외국 기업이 서울시를 국제중재기구에 제소해 서울시가 패하면 막대한 시민 부담이 생길 수 있으니 투자자ㆍ국가소송제도(ISD)를 재검토해야 한다거나, 자동차세율 인하로 세수 감소가 발생해 재정을 어렵게 한다는 내용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국가 간 협정 규정을 남용해도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고, 서울시의 자동차 세수 감소는 이미 정부가 보전을 약속한 것들이다.

한ㆍ미 FTA 반대가 박 시장의 소신이라면 서울시장 선거 때 입장을 분명히 했어야 옳았다. 그때는 “구체적으로 검토하지 않았다”고 얼버무린 이유가 무엇인가. 결국 서울시민의 60% 이상이 찬성한 여론을 감안한 얄팍한 선거전략적 차원이 아닌가. 더욱이 박 시장은 한ㆍ미 FTA가 타결된 노무현 대통령 시절 집권 세력과 관계가 깊어 얼마든지 자신의 소신을 전할 기회가 많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때 이런 문제를 제기했어야 떳떳했다.

서울시장은 정치인이기보다 행정가가 바람직하다. 때로 정치행위가 불가피할 수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제한적이어야 한다. 오세훈 전 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나섰을 때 박 시장은 바로 ‘정치놀음’이라고 비판하지 않았나. 그런 말을 해놓고 자신도 꼭 같은 전철을 밟는다면 그의 시정을 시민들은 신뢰하기 어렵다. 더욱이 내년에는 총선과 대선이 겹쳐 있다. 특정 정파에 경도돼 시정을 정치판으로 끌어들이지 않을까 벌써 걱정이다. 박 시장은 오로지 1000만 서울시민을 바라보며 시정에 전념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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