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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 재정부실 지자체 파산제도 도입할 때
지방재정자립도 52% 불과

선심성사업 재정 파탄 야기

방만운영 구체적 기준 마련

지자체장 예산권 제한해야



유럽발 재정위기가 세계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는 가운데 각 나라의 재정건전성이 중요해졌다. 우리나라는 국가 재정의 건전성도 문제지만 고삐 풀린 지자체의 방만한 운영이 지방 재정은 물론 국가 재정까지 위협하고 있다. 

지방 재정자립도는 매년 낮아져 올해 평균은 51.9%에 불과하다. 자체 수입으로 인건비도 못 대는 지자체가 절반에 이른다. 이런 가운데 일부 지자체는 빚을 얻어 호화 청사를 짓고 선심성 행사와 축제를 벌이면서 지방공기업을 통한 과잉투자 등 방만한 재정 운용이 심각하다. 하지만 지방의회의 견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지방재정의 심각성이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엔 일본과 달리 ‘지자체 파산 제도’가 없다. 그래서 개발사업에 나섰던 지방공기업이 빚더미에 앉으면 지자체가 대신 갚아야 하고,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는 국가가 국민이 낸 세금으로 지원해준다. 지자체장의 방만한 재정 운영으로 발생한 부채를 갚는 데 나랏돈이 투입되면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재정부실에 빠지게 된다.

결국 지자체장이 낭비한 재정의 구멍을 메우기 위해 내가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지방재정 운영 책임을 전적으로 지자체장에게 맡겨야 책임경영이 이뤄지고 지방자치가 뿌리내릴 수 있다.

우리는 재정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지자체 통합’에 실패한 반면 일본은 성공했다. 일본 정부는 1999년 ‘통합특례법’을 개정하면서 통합지원책을 마련한 것이 ‘당근’이 됐다. 그 내용은 2005년 11월까지 통합하는 지자체에 대해선 ‘통합 후 10년간 지방교부세를 줄이지 않고 새로운 지방채권 발행을 인정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인구가 적은 지자체는 지방교부세 감액과 지방채 발행 중단이 재정 파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절박감에서 통합이 급증했다.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전국의 여러 지자체가 무리한 선심성 사업으로 재정난에 빠져 있다. 대표적 사례로 강원 태백시는 ‘오투리조트’ 건설에 투입된 은행 빚 1460억원의 원리금 상환을 독촉받는 신세가 됐다. ‘호화청사 신축’에 3220억원을 쏟아부은 경기 성남시는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바 있다. 5년간 예산 7287억원을 들인 ‘용인 경전철’은 수요 부족과 재정 부담 그리고 안전 미비로 개통조차 못한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또한 ‘군자지구 개발’에 5600억원을 쓴 경기 시흥시는 빚이 예산의 40%를 넘어섰다. 더 이상 지방채를 발행할 수 없어 예산 운영에 큰 압박을 받고 있다.

지자체의 이러한 방만한 운영이 계속되고,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처할 경우 우리나라에도 머지않아 빚더미에 올라앉아 파산해야 할 지자체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제 정부는 홋카이도 유바리(夕張)시 등 지자체 파산 경험이 있으면서 통합에 성공한 일본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지자체 재정을 바로잡는 법과 제도 구축에 나설 때다. 더 늦기 전에 부실 운영으로 부채비율이 일정 한도를 넘는 지자체에는 정부가 관선 관리인을 파견하는 방법으로 지자체장의 예산권 행사를 제한하고, 장기적으로 지자체 파산제도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 또한 예산을 줄일 수 있는 시ㆍ군ㆍ구 지자체 간 통합을 재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중앙정부ㆍ지자체ㆍ공기업의 재정건전성을 높여 다 같이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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