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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한·미 FTA 성공 유통구조 개선에 달려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어렵게 국회를 통과, 내년 1월 공식 발효되지만 아직 그 효과에 의문을 갖는 이가 많다. FTA를 해봐야 소비자에게 실익으로 나타나지 않을 경우 그런 의문은 더욱 커진다. FTA 체결이 경제의 성공 요인으로 작용하기 위해선 극복해야 할 내부 과제가 적지 않은 것이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그 효과를 피부로 느낄 수 있어야 한다. FTA로 우리 기업의 수출경쟁력이 커지는 것은 반가운 일이나 일반 소비자에게 득이 없어서는 반감만 사기 쉽다. 소비자 입장에서 값싸고 품질 좋은 상품 공급이 늘어나 가계 부담이 줄어들 때 비로소 효과를 실감하게 된다. 실제 내년부터 미국에서 들여오는 체리 등 일부 농산물은 관세가 즉시 철폐돼 20%가량 가격이 내릴 전망이다. 의류, 자동차 등도 연차적으로 값이 내린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관세 철폐에 따른 숫자상 기대에 불과하다. 특히 관세 철폐로 발생하는 가격 인하 효과를 중간 유통상인들이 독식하는 구조에선 FTA는 하나 마나다.

칠레산 와인이 한ㆍ칠레 FTA 협정 체결 결과 관세가 완전 철폐된 뒤 거꾸로 가격이 24%나 오르는 어처구니없는 경우가 대표적 예다. 현지에서 8000원 남짓한 인기 와인 ‘몬테스 알파’는 수입상, 도매상, 소매상 등 복잡한 유통과정을 거치며 최종소비자에게는 세계에서 제일 비싼 4만4000원에 팔리고 있다. 또 EU와의 FTA로 수입 자동차 관세가 2.5% 인하됐지만 수천만원짜리 자동차의 소매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100만원도 안 된다. 에르메스, 샤넬 등 유럽 명품 브랜드 가격 역시 별다른 변화가 없다. 아예 반영이 안 되는 품목도 수두룩하다. 이런 유통구조에서는 한ㆍ미 FTA가 발효돼도 국민들 체감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개방시대에 걸맞지 않은 후진적 유통구조를 확 뜯어고쳐야 한다. 우선 수입선과 판매상의 간격을 최대한 줄이되 각종 규제로 막아놓은 수입상 자기 판매를 활성화하면 중간 마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요즘 이마트 등 대형 할인점의 통 큰 인하 바람도 결국 생산자와 소비자 간 중간 마진을 줄인 결과 아닌가. 또 수입상품의 원가 정보를 공개, 최종 판매가격이 적정한지를 소비자가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수입상 및 중간도매상에 대한 세무당국의 적극적인 세무 관리는 필수다. 1만원도 안 되는 수입 와인이 다섯 배나 비싸게 팔리는 구조에선 어떤 FTA도 성공하기 어렵다. 이제 야당과 반FTA 세력도 이미 체결된 한ㆍ미 FTA 철회 시위보다 소비자에게 직접 도움을 줄 실질적 감시 활동에 나서는 게 더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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