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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우리가 헐값의 남유럽 공기업 산다면…
유럽 각국으로 확대되고 있는 재정위기 사태는 우리 경제에 부담이자 기회이기도 하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남유럽 국가들이 궁여지책으로 알짜배기 공기업들을 헐값에 매물로 내놓고 있어 절호의 투자 기회가 생긴 것이다. 그리스가 코트라(KOTRA)를 통해 우리 대기업과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투자유치 설명회를 마련했다는 사실부터가 그렇다.

그리스 정부는 아테네 국제공항을 비롯해 국영은행, 통신회사, 항만시설 등 공공부문 기업들에 대해 해외자본을 끌어들여 민영화한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국내총생산(GDP)의 160%에 이르는 막대한 국가부채를 줄이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보인다. 그리스 정부가 외국인 투자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도 이러한 사정을 말해준다. 비슷한 처지의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도 공기업 매각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대기업들과 금융기관, 자산운용사들은 그동안 주로 동남아 지역에 머물렀던 인수ㆍ합병(M&A) 및 실물투자의 범위를 미국, 호주, 남미 등 세계 각국으로 확대하고 있다. 유로존의 주가가 급락하기 시작한 지난해부터는 유럽 주요 기업에 대한 주식투자도 대폭 늘어나는 추세다. 우리가 과거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함으로써 막대한 국부 유출을 초래했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긴 하나 반면, 해외투자의 국내 유입으로 인한 경제 회생의 발판을 확보했다는 긍정적인 측면을 모조리 무시할 일은 아니다. 그리스도 바로 이런 점을 염두에 뒀을 것이다.

물론 헐값에 매물이 나왔다고 해서 무턱대고 달려드는 것도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다. 해당 기업들의 부실 상태가 아직 확실히 드러나지 않은 데다 공기업 매각처분에 대한 현지의 여론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본의 노무라연구소가 리먼브러더스를 인수했다가 지금 겪는 파동은 남의 일이 아니다. 여기에 노조의 파업과 가두시위가 수시로 일어나는 등 사회적인 불안도 여전하다. 현지 기업의 성공적 인수를 위해서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딪치게 될 갈등과 마찰 등에 대한 면밀한 사전 조사와 검증이 필수다. 국내 투자기관의 해외투자가 급격히 늘어도 수익률은 계속 뒷걸음질치고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아울러 경제 여건이 급변하는 경우 투자액을 신속하고 원활하게 회수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사업 다변화와 시장 확대에 적극 나서는 것이야말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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