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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핵심규제 묶은 채 부동산시장 안 열려
정부가 올 들어 6번째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와 서울 강남3구(강남ㆍ서초ㆍ송파)에 대한 투기과열지구 해제 등 ‘주택시장 정상화 방안’을 내놓았다. 가진 계층과 시중 유동자금을 앞세워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겠다는 의도지만 시장 반응은 별로다. 이미 시장이 빈사상태에 빠질 만큼 침체돼 효과에 의문인 것이다. 지금껏 정부와 여당은 정치적인 ‘부자’ 꼬리표를 의식, 찔끔 처방으로 일관해 사태를 악화시킨 측면이 크다.
부동산시장 침체의 주범은 ‘세금폭탄’과 부동산 대출규제였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만 해도 노무현 정권의 ‘강남 증오’가 빚은 대표적 징벌과세다. 이게 부동산 경기 과열의 주범인 강남 투기를 잡기보다 전국적인 부동산시장의 위축을 가져온 것은 아이러니다. 빈대 잡으려다 장독 깬 결과를 빚은 것이다. 부동산 경기 활성화는 진작 규제 철폐와 세금 완화로 대응했어야 하나 부자당 소리에 겁먹은 정부 여당이 차일피일해온 셈이다. 다주택 양도세 폐지는 장기적으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으나 당장 급한 것은 대출자의 채무상환능력을 반영해 대출금을 결정하는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와 분양가상한제를 손질하는 것이다. 일단 시장에 자금이 들어올 파이프라인을 고쳐놓고 봐야 한다. 중산층 가계 자산의 80%가 부동산에 집중돼 있다면 이들이 움직일 공간을 마련해줘야 한다.
일반 경기를 이끄는 것은 부동산시장이다. 주택 건설과 거래가 활기를 띠면 시중 유동성이 늘고 일자리 창출로 소비도 살아나는 선순환이 된다. 일반 가계는 대출을, 주택건설사는 부채를 상환할 여력을 갖는다. 내년 경기의 3%대 저성장, 심지어 2% 성장에 그친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실정이고 보면 부동산시장 활성화는 더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남아 있는 규제를 아껴둔 채 시장이 다 죽게 해서는 안 된다.
이번 조치가 일단 정부안으로 나오긴 했지만 양도세 중과 폐지 등 법률 개정 요소가 많다. 국회 협조 없인 시행 자체가 불가능하다. 벌써 한나라당은 여론 눈치 보기에 급급하고, 민주당은 ‘망국적 투기’ 운운하며 걱정한다. 정부가 연말, 내년 초 시행을 희망하나 현재 정국으로 미뤄 립 서비스나 공염불에 그칠 공산도 없지 않다. 일본의 장기침체가 의미하는 것은 한마디로 정책 실기다. 우리가 그들을 닮아선 안 된다. 이미 일본식 불황에 빠져들었다는 비판을 넘기 위해서라도 정책변화는 보다 과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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