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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가덕도 신공항·위례신사선 뒤뚱, 표류하는 SOC 사업

‘동북아 물류 허브’를 표방한 부산 가덕도 신공항, 2기 신도시의 기반시설인 경전철 위례신사선 사업이 난관에 봉착했다. 무리한 공기, 급등한 원자재값·인건비에 턱없이 모자라는 공사비 등으로 건설사들이 등을 돌리면서다. 가덕도 신공항은 경제성·안전성 논란에도 정치권의 표심 경쟁으로 밀어붙인 사업인데 이번엔 졸속공사 논란이 불거졌다. 서울 송파구와 성남·하남시 일대에 조성된 위례신도시와 강남구 신사역을 연결하는 위례신사선은 2008년 위례신도시 계획 초기부터 신도시 교통 대책으로 추진됐지만 17년째 문을 못 열고 있다.

지난 5일 마감된 10조5300억원 규모의 가덕도 신공항 부지 건설공사 입찰에 단 한 곳의 건설사도 참여하지 않았다. 활주로, 방파제를 포함한 부지 공사는 신공항 총공사비 13조4900억원 중 78%를 차지하는 사업인데도 입찰자가 없어 유찰된 것이다. 내년 6월께 본 공사도 차질을 빚게 됐다. 바다와 육지에 걸쳐 공항을 짓는 난도 높은 공사를 당초 계획 대비 절반인 5년 만에 끝내야 한다는 촉박한 일정이 건설사의 외면을 불렀다. 가덕도 보다 난도가 낮은 인천공항의 경우 1단계 건설에만 9년이 걸렸다.

가덕도 신공항은 당초 2035년 개항이 목표였지만 2030년 부산엑스포 유치에 필요하다는 이유 때문에 완공 시점이 2029년 12월로 5년 앞당겨졌다. 엑스포 유치에 실패했는데도 완공 목표는 그대로여서 공사를 맡는 기업은 10개월 안에 설계, 5년 안에 건설까지 끝내야 한다. 졸속 설계-부실공사를 강요하는 일정을 감당할 건설사는 어디에도 없다. 2030 엑스포 유치가 없는 일이 된 만큼 신공항의 안전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건설 청사진을 새롭게 그려야 한다.

위례신사선(총사업비 1조1597억원)은 GS건설 컨소시엄이 사업을 포기하면서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원자재 값, 인건비 상승 등에 따라 공사비가 당초 8300억원에서 1조원 이상으로 불어났다는 게 GS건설 측 주장이다. 이에 GS건설 측이 공사비 1100억원 증액을 요구한 반면 서울시는 230억원 이상 추가 부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양측은 약 900억원의 차이를 좁히지 못했고 결국 협상은 결렬됐다.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것은 12만 위례신도시 주민들이다. 당초 올해 착공해 2029년 개통하는 게 목표였는데, 모든 일정이 불투명해졌다. 주민들은 가구별로 약 700만원씩 총 3100억원의 교통 대책 분담금까지 냈지만 2013년 입주 이후 10년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대중교통이 불편한 상황이다. 위례신사선의 흑역사를 개발정책 수립시 선(先)교통-후(後)입주를 정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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