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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인구전략, 백화점식 나열보다 예산평가·구조개혁이 관건

19일 윤석열 대통령이 “오늘부로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공식 선언한다”며 “저출생 문제를 극복하는 그날까지 범국가적 총력대응 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이날 윤 대통령 주재로 회의를 열고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일·가정 양립, 양육, 주거 등 3개 핵심 분야를 집중적으로 지원해 합계출산율을 2030년까지 1명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골자다. 육아휴직급여 상향, 신혼·출산·다자녀 가구 주택 공급 확대 등의 구체적 내용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 체계도 개편하기로 했다. 지난 달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 때 신설 방침을 밝힌 저출생대응기획부(가칭)의 명칭을 ‘인구전략기획부’로 정하고, 장관이 사회부총리를 맡아 저출생·고령사회·이민정책을 포함한 중장기 인구 전략을 수립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인구전략기획부에는 저출생예산에 대한 사전심의권 및 지방자치단체 사업에 대한 사전협의권을 부여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정부가 정책을 출산율 제고에만 제한하지 않고 인구 문제 전반으로 확대하고, 사안의 중대성·시급성에 대한 인식을 한 단계 끌어올린 것은 잘한 일이다. 다만 이날 발표된 대책에선 ‘국가비상사태’ 선포의 결기에 맞는 과감하고 전향적인 내용이 보이지 않는 점은 아쉽다.

정부가 이번 선언을 구호가 아닌 실효적이고 획기적인 전환점으로 삼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의 모든 예산과 정책을 ‘인구 전략’의 관점에서 영향을 평가하고 계획을 수립하는 일이다. 한국개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저출생 대응예산 47조원 중 저출생 직결예산은 절반가량인 23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윤 대통령 지적대로 지난 16년간 280조원을 투입했음에도 출산율은 해마다 역대 최저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이유다. 정부 정책과 예산이 실제 출산율 제고에 어느 정도 효과를 거뒀는지 분석·평가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돈과 혜택을 더 많이 줄수록 더 많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효과 없는 저출생 대책을 양산한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이유는 집과 돈과 시간이 없어서만은 아닐 것이다. ‘혼자만으로도 고단한 삶’을 ‘더불어 더 고단한 삶’으로 배우자·아이까지 몰고 갈 수 없다는 인식에 보다 근본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저출생 문제는 수도권 집중, 높은 불안과 경쟁 압력 등 사회 구조적·문화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며 “지역균형발전정책과 고용, 연금, 교육, 의료 개혁을 포함한 구조개혁도 흔들림 없이 추진해나가겠다”고 했다. 답은 나와 있다. 문제는 방향, 계획, 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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