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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재계 총수 발로 뛰는데 정책·입법 후방지원 절실

대한상공회의소가 인공지능(AI)·클라우드 산업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해 세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내용의 정책 과제를 정부에 제언했다. 첨단기술이 국가대항전이 된 상황에서 우리는 국회에 발목이 잡혀 지원이 늦어지고 있다며, 국회 입법 없이 가능한 과제들을 추려 제시한 것이다. 국회· 정부가 손을 놓으니 답답한 사람이 우물을 판 격이다.

상의가 내놓은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 개선 과제’ 건의서에는 미래성장 기반조성, 기후위기 대응, 자본시장 활성화, 규제 합리화 등 4대 부문의 61개 세부 과제가 들어있다. 특히 AI와 클라우드를 반도체처럼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해 연구·개발 투자는 30~40%, 시설 투자는 15%까지 세액 공제를 높여달라는 요구는 지나치지 않다. AI·클라우드는 미래 경쟁력과 국가 안보의 핵심 기술로 각국이 전략적으로 키우는 분야다. 그런데 한국의 AI 투자 금액은 약 31억달러(약 4조3200억원)로, 영국(44억달러)은 물론 중국(134억달러), 미국(474억달러)에 비해 격차가 크다. 세액 공제를 높이면 직접 지원 효과를 낼 수 있는 만큼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상의는 대통령 직속 ‘국가미래투자위원회’와 고위험 고성장 미래전략기술 확보를 위한 한국형 테마섹 설립도 제안했다. 투자와 지원 ·규제완화를 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추진하자는 것이다.

건의서에서는 전기차 충전기 인증 항목·기간 개선, 양극재·음극재 통합환경허가제 시행 유예 등 기업들에게는 절실한 정책개선안들이 수두룩하다. 국회만 바라볼 게 아니라 정부 일을 해달라는 주문인 셈이다. 글로벌 첨단기술 현장은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특히 AI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되면서 사활을 건 기업 경쟁이 치열하다. 재계 총수들의 발걸음도 분주하다. 얼마 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실리콘밸리를 방문한 데 이어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미국 방문길에 올랐다. 분초를 다투는 AI생태계 경쟁에서 한눈팔 틈이 없기 때문이다. 주요국들은 정부가 끌고 입법으로 뒷받침하면서 선두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는 딴판이다. 반도체 산업 세액 공제 기한을 2030년까지 연장하는 K칩스법을 포함해 AI 기본법,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등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법안들이 국회에 막혀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처지다.

일본이 구마모토 TSMC 반도체 공장을 짓는데 토지규제를 풀고, 행정절차를 단축해 단 20개월에 완공한 것은 두고두고 곱씹을 일이다. 정부가 기업이 일할 수 있게 장애물을 치워주는 건 이젠 상식이다. 기업과 정부가 한 몸으로 경주해야 하는 시대에 기업 홀로 뛰게 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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