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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거리로 나선 환자들의 절박한 외침 외면 말아야

한국환자단체연합회·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등 92개 환자단체 회원 300여명이 4일 서울 보신각 앞 뙤약볕 아래서 휴진을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의료공백 사태가 넉 달이 넘어가면서 병실에 있어야 할 환자와 가족들이 거리로 나선 것이다. 인슐린 펌프를 꽂고 휠체어를 타고 나온 환자도 있다. 이들은 전공의 이탈 이후 벌어진 의료 대란의 가장 큰 피해자이지만 의사와 정부를 믿고 힘든 시간을 견뎌왔다. 그런데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절박한 심정에 길거리에 나앉은 것이다.

수십년 간 의사들의 여러 번의 총파업에도 참아왔던 환자들이 거리로 나선 것은 더는 버티기 어렵다는 몸짓이다. 환자단체들은 이날 의료계에 진료를 정상화해 달라고 호소하고 국회에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막아달라는 재발방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어떤 상황에서든 응급실·중환자실 등 필수의료는 정상 가동해 치료 받을 권리를 보장해 달라는 것이다. “정부와 의료계가 사태 해결을 위한 협의는커녕 환자의 불안과 피해를 도구 삼아 서로 비난하는 것에 더는 인내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각자의 입장만 고수하고 버티기로 일관해온 정부와 의료계 모두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의대교수들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이다. 연세의대 소속 세브란스병원은 지난달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진행중이고 고려의대 소속 병원들은 12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나선다. 서울아산병원은 당초 5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예고했다가 “강도 높은 진료 재조정”으로 바꿨다. 크게 다르지 않다. 전공의 이탈로 촉발된 의료 공백을 이젠 의대 교수들이 앞장서고 있는 셈이다. 교수들은 전공의·의대생 관련 모든 행정명령과 처분의 취소, 의대 정원 증원안 재논의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의대 증원이 마무리된 현 상황에서 증원 원점 재논의 등은 설득력이 없다. 제자들에게 내려진 처분을 없는 걸로 해달라는 것도 억지다. 정작 전공의들의 호응도 없다. 이들의 마음을 닫게 한 의료 문제가 한 두 가지가 아니란 뜻이다. 의료계 내분도 커지는 상황이다.

현 상황에선 의대 증원에 맞춰 의대 교육을 내실화하고 필수 의료수가 조정,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등 현안을 놓고 머리를 맞대는 게 맞다. 의사들이 소신껏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데에 더 신경써야 한다. 무엇보다 환자 생명을 걸고 벌이는 행동은 국민 신뢰를 멀어지게 할 뿐이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온 데는 정부 책임도 크다. 힘 겨루기식에서 벗어나 잘못된 의료 시스템을 곧바로 바로 잡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범의료계 협의체인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도 출범한 만큼 진전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환자 생명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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