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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자들만 탐 낸다는 개인투자용 국채…실체는 정부 특례예금(?) [홍길용의 화식열전]
세수 부족…재정에 도움 안돼
유동성 제약…채권 X, 예금 O
소득 많을수록 세제 혜택 커져
중산층·서민엔 투자 매력 없어
저축 장려 입법 취지에 어긋나
‘다수에 큰 혜택’ 선진국과 달라

금리가 높아지면서 채권 투자가 인기다. 이자 수익에 더해 금리 하락 시 가격 상승에 따른 시세 차익 기회까지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정부는 지난 달부터 미래에셋증권을 통해 개인투자용 국채를 판매하고 있다.

개인투자용 국채는 국채법에 발행 근거를 두고 있다. 국채법에 구체적인 발행 목적은 없다. 다만 개인용 국채의 분리과세 혜택은 조세특례제한법이 근거다. 명분은 ‘저축 지원’이다. ‘특례’를 허용한 법의 취지가 국민 다수의 저축이라고 봐야 한다.

그런데 뭔가 좀 애매하다. 일단 다수 국민들을 배려한 상품은 아닌 듯하다. 시장 반응도 그렇다. 지난 달 첫 발행 분은 사실상 흥행 실패다. 10년 물은 간신히 미달을 면했고 20년 물은 대부분 팔리지 않았다. 이달에는 10년 물 중심으로 판매되면서 흥행은 전월 대비 크게 나아졌다. 하지만 앞으로 판매 규모를 더 늘려도 세수 부족인 재정에 큰 기여할 것이란 기대를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왜 그럴까?

채권은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금융의 기본 상품이다. 주식과 달리 이자와 기한이 미리 정해진다. 동시에 주식과 마찬가지로 시장과 유동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점은 닮았다. 채권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채는 더욱 그렇다. 채권 수익은 크게 두 가지다. 이자 수익과 시세 차익이다. 이자는 미리 정해지고 세금이 붙는다. 시세 차익에는 주식과 마찬가지로 세금이 붙지 않는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다. 이론적으로 성장률 보다 높은 금리는 지속이 어렵다. 다들 금리가 지금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시세 차익은 매매를 통해 만들어진다. 개인용투자용 국채는 매매가 제한된다.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없다. 가산 금리와 세제 혜택이 있다고 해도 시세차익 기회와 비교하면 그 무게가 너무 가볍다. 중도 환매를 하면 그나마 혜택도 모두 사라진다. 심지어 담보 설정도 안된다. 양 날개 중 하나가 접혀 있는 셈이다. 날개 한 쪽으로는 날 수 없다. 날 수 없는 새가 새일까? 비슷하지만 같지 않으면 ‘사이비(似而非)’다.

개인투자용 국채를 만기까지 보유하면 얼마나 큰 혜택이 있을까? 일반적인 국채는 6개월마다 이자를 지급한다. 개인투자용 국채는 이자에 이자가 붙는 복리이다. 당연하다. 만기에 한꺼번에 이자를 지급하니까 복리가 가능하다. 그런데 월 복리가 아니라 연 복리다. 복리 효과가 약하다.

기대 수익률은 10년 물 44%, 20년 물 108%다. 실제 수익률을 따질 때는 세금이 중요하다. 개인투자용 국채는 분리과세가 적용된다. 사실 매년 이자를 나눠 받으면 세 부담도 덜하다. 만기에 이자를 한꺼번에 받으면 세 부담이 큰 게 당연하다. 혜택이라고 하지만 어찌 보면 당연한 장치다.

여하튼 분리과세 혜택을 누리려면 투자 금액이 커야 한다. 이자·배당소득이 연간 2000만원 미만이면 다른 소득과 별개로 이자소득세(세율 15.4%)만 내면 된다. 이자·배당소득이 연간 2000만원을 넘어야 다른 소득과 합쳐져 종합과세 대상이 되고 분리과세 적용이 가능해진다.

연간 한도인 1억 원을 개인용 국채에 투자한다고 치자. 10년 뒤 4400만 원의 이자 소득이 발행하고 678만원의 세금이 부과된다. 연간 4400만원 소득에 일반 세율을 적용하면 세액은 534만원(세율 12.1%)이다. 다른 소득과 합쳐 실질 세율이 15.4%를 넘지 않으면 분리과세 혜택은 의미가 없다.

달리 말해 10년 물 기준 4545만원 이상을 투자해야 이자 소득이 2000만원을 넘게 된다. 분리과세 혜택은 소득이 많아 절세가 필요한 이들일 수록 의미가 크다는 뜻이다. 개인투자용 국채에 대해 정부가 부자들의 절세를 위해 판매하는 세금우대 예적금 상품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만기 전에 해지하면 손해라는 점에서는 금융당국이 최근 소비자 보호를 위해 규제를 강화했던 저해지보험(중도 해지하면 가입자 가 큰 손실을 볾)과도 꽤 닮았다.

미국, 일본. 싱가포르 등도 저축 장려를 위해 개인투자용 국채를 발행한다. 중도 환매가 비교적 자유롭고(수수료가 적고) 분리과세 보다 세금을 직접 깎아주거나 감면하는 방식이다. 혜택이 커서 1인 당 투자 한도도 낮다. 대부분 5000만원 이하다. 부자의 절세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사실 개인투자용 국채가 아니더라도 요즘 투자할만한 채권은 충분하다. 가장 쉬운 방법은 상장지수펀드(ETF)다. 미국의 국채 금리는 단기 물은 5%, 장기 물은 4%를 넘는다. 환 위험 관리(hedge) 비용을 감안해도 우리나라 국채보다 이자율이 높다. 다만 ETF는 수수료 부담이 있고, 미국은 시세차익에도 과세를 한다. 우리보다 성장률은 높고 환율은 안정된 인도 국채는 수익률이 무려 7%대다.

증권사를 통해 우량 회사채에 투자할 수도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 대한 우려로 A등급(국내 신용평가사 기준) 이상 회사채 금리(3년물 기준)가 4% 후반에서 5% 초반까지 나오고 있다. A등급 이상 발행사가 부도 날 확률은 극히 낮다.

국채법 상 에 발행의 구체적인 요건은 기획재정부장관에 위임하고 있다. 언제든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발행 조건을 바꿀 수 있다. 세제 혜택은 법개정 사항인데 요즘 정치를 보면 법 개정이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현행 조특법에서 개인투자용 국채 과세특례 명분은 ‘저축 지원을 위한 특례’다. ‘특례’를 허용한 법의 취지가 그렇다면 개인투자용 국채는 부자 보다 중산층과 서민이 실질적인 혜택을 누릴 수단이 되어야 한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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