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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한동훈체제, 대통령실과 거대야당 사이 여당 역할 엄중하다

한동훈 대표 체제의 국민의힘이 새로 출범했다. 한동훈 대표는 23일 전당대회에서 62.84%의 지지를 얻어 경선에서 승리했다. 거대야당의 의정·입법 독주와 대통령실의 거부권 행사가 반복되는 정국에서 그 어느 때보다 여당의 역할이 막중한 상황이다. 야당의 독주를 견제하는 동시에 민생을 위한 협치를 이뤄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면서 민심을 가감없이 전달해야 하는 것도 여당의 임무다. 내부적으로는 총선 참패와 당의 분열을 극복하고 보수의 새로운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한 신임대표가 짊어져야 하는 과제와 책임의 무게는 당내 경선에서 얻은 압도적인 지지율 이상이다. 지금의 여당엔 일말의 안일함도 허락될 수 없다는 사실을 한 대표는 명심해야 한다.

한 대표는 당장 ‘당정관계’를 건강하게 복원해야 한다. 한 대표는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스스로 이끌었던 총선에서 참패한 후 100여일만에 당의 수장을 맡게 됐다. 당대표 경선 과정에선 총선 패배 원인을 둘러싼 후보간 지나친 비방전이 당 분열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논란의 중심엔 ‘윤-한 갈등’이라고 표현될 정도인 대통령과 한 대표간 불편한 관계가 놓여 있었다. 근본적으로는 윤석열 정부 2년이 넘어가도록 당정간 제대로된 역할분담과 관계설정을 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한 대표는 당정관계를 안정화시키는 동시에, 여당이 대통령과 국민간의 가장 중요한 소통 채널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통령과 굳건한 신뢰를 바탕으로 바른 소리도 낼 수 있어야 한다.

반목과 대립 뿐인 국회도 여당이 주도해 바꾼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더 이상 의석 탓만으로 야당의 독단적인 국회운영과 입법 강행을 무기력하게 지켜보고만 있어선 안된다. 싸울 건 싸우고 막을 것은 막되 민생을 위해 협치할 수 있는 사안을 발굴하고 법과 정책으로 만들어내는 데 속도를 내야 한다. 미국 대선을 비롯한 대외 외교·안보 정책, 반도체 산업 지원, 각종 규제 완화, 노동·교육·연금 개혁에 정교하고 힘있는 대안을 갖고 야당과 협상해야 한다. 한 대표는 “집권 여당이 소수당이었을 때 좋은 정치를 하고 좋은 성과를 낸 적도 있었다”며 “그것은 집권 여당이 민심과 한 편이 됐을 때”라고 했다. 그 말에 답이 있다.

한동훈 대표는 “당정관계를 생산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 대통령을 찾아 뵙고 자주 소통드릴 예정”이라고 했다. 대통령 뿐 아니라 야당 대표와도 더 많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무엇보다 여당은 대통령실과 거대야당 사이에서 통합과 민생, 협치의 중심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만이 여당의 존재 이유이자 한동훈체제의 국민의힘이 정권재창출을 도모할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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