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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14년만에 댐 추진, 극한기후 맞서려면 물그릇 확대 불가피

올 여름 내내 기습폭우로 인한 물난리에 시달리면서 예정대로 댐을 지었더라면 하는 탄식이 나오는 곳이 많았다. 충청 지역이 대표적이다. 충북 영동군 초강천 일대는 5시간 동안 120㎜의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하천이 범람해 1명이 실종되고, 가옥과 농경지가 침수됐으며, 경부선 영동선 기차 운행이 중단됐다. 만약 2012년 이명박 정부의 ‘댐 건설 장기 계획’ 대로 상촌댐이 건설됐다면 상류에서 지방 하천으로 내려가는 물을 잡아둘 수 있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충남 청양도 3년 연속 수해를 입었는데 계획했던 지천댐이 들어섰다면 지천범람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가 30일 “기후 위기에 따른 홍수·가뭄을 예방하고 국가 전략 산업의 미래 용수 수요를 뒷받침할 ‘기후대응 댐’ 14곳을 추진한다”며 후보지를 발표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다목적댐 3곳과 용수전용댐 4곳, 홍수조절댐 7곳 조성이 목표다.

다목적댐 추진은 2010년 착공한 경북 영천 보현산댐 이후 14년 만이다. 그동안 댐 사업은 2013년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 끝난 후 토목사업에 대한 환경·지역 단체의 반발로 추진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댐 사업 중단을 선언했다. 2020년대 들어 우리나라는 세 차례 홍수, 한 차례 가뭄에 시달렸다. 정부 계획대로 댐이 조성되면 한 번에 80~220㎜의 호우도 방어할 수 있는 홍수 조절 능력과 220만명이 사용가능한 연간 2억5000만톤의 물 공급 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한강상류 수입천댐(강원 양구)과 아미천댐(경기 연천)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첨단산업에 필요한 물 공급 역할도 하게 된다.

물과 전력 확보는 반도체 업계의 공통 난제다. 화학성분이 많이 투입되고 작은 티끌에도 민감한 반도체 제조 공정의 특성상 물은 세정 작업에 꼭 필요할 뿐더러 미세한 연마 작업에도 필수적이다. 반도체 공장들이 용수 공급이 원활한 곳에 자리잡는 이유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최근 “물 관리를 잘못할 경우 2030년 반도체 생산량의 10%까지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물 스트레스 지수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한국경제의 중추인 반도체 산업의 지속성장을 위해서도 물그릇 확대는 필요하다.

댐 건설은 10년 이상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다. 그 과정에서 환경단체와 수몰민의 반발, 지방자치단체 간 협의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상기후가 뉴노멀인 시대에 튼실한 치수 전략은 절박한 국가적 과제인 만큼 정부와 정치권은 국민적 공감을 끌어내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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