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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증시 폭락, 원인 불명?…‘매도 폭탄’ 터질만했다 [홍길용의 화식열전]
美완화·日긴축 충돌…엔 캐리 영향
버핏 매도·네타냐후 집권욕도 겹쳐
큰 흐름의 변화…단기 반전 어려워
美소비위축→실적둔화→주가부담↑
대선 앞두고 경기부양 정책 제한적
빅테크·ETF·옵션 쏠림 변동성 높여
3분기 성적표에 반등·조정 갈릴 듯
美국채 유망, 코스피는 기대 낮춰야

“시장이 한 바탕 크게 발작했다(market tantrum)”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글로벌 증시 대폭락에 대한 JP모건자산운용의 한 줄 요약이다. 6일 이후 대부분의 증시가 반등하고 있지만 직전의 낙폭을 회복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할지, 그 동안 쌓인 차익을 실현해야 할지 따져볼 때다. 미래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오늘을 만든 것은 과거다. 원인들을 하나하나 따져보면 미래에 맞이할 때 도움이 된다.

▶ 발작 유발 ‘4인방’…파월(연준 의장)·우에다(日중앙銀 총재)·버핏·네타냐후

우선 최근 4가지 이벤트에 대한 시장 반응을 요약하면 이렇다.

① 실망스런 미국 고용지표 …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놓쳐서 경기침체 올 수도”

② 일본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회수 본격화?”

③ 워렌 버핏의 애플 주식 절반 매도 … “빅테크 주가 거품인가? 주식 비중 줄여야 하나?”

④ 이스라엘, 이란 본토에서 암살 … “이스라엘, 네타냐후 정권 유지 위해 중동 전쟁 확전?”

지난 달 31일 일본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9월 기준금리 인하를 사실상 예고했다. 이달 1일 미국의 부진한 고용지표가 발표된다. 싼 값에 엔화를 빌려 달러로 바꾼 뒤 글로벌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 청산과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가동시에 시장을 짓눌렀다. 반대 방향으로 질주하던 차량이 정면 충돌한 형국이다.

연쇄매도 방아쇠를 당긴 것은 워렌 버핏이다. 3일 버크셔헤서웨이가 애플 보유 지분 절반을 매도했다고 밝혔다. 미국 기술주 거품론에 힘이 실리며 위험자산 비중 축소 신호라는 분석이 쏟아졌다. 이스라엘이 하마스 지도자를 이란 본토 내에서 암살한데 이어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 전쟁 휴전을 회피한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전쟁이 끝나면 퇴진이 불가피한 네타냐후가 새로운 중동전쟁을 꾀한다는 게 중론이다. 국제유가 급등과 수에즈 운하 봉쇄 장기화에 대한 우려를 키울만하다.

▶ 약하지만…그나마 단기 반등한 명분은

깜짝 놀란 탓일까? 이후 상황은 우려 보다는 안도에 힘을 실어 주는 쪽으로 해석이 이뤄졌다.

① 미국, 다행스런 서비스업 지표 … “연준이 공격적으로 기준금리 인하해야”

② 일본 증시, 최악의 하루 뒤 빠른 반등 … “많이 벌었으니 차익 실현할 만”

③ 미국 빅테크, 그리 나쁘지 않은 실적 … “주가 하락하며 가격도 부담 낮아져”

④ 이란 확전 자제, 이스라엘 말리는 국제사회 … “네타냐후 혼자 확전은 어려워”

미국 고용의 선행지표인 서비스업 지수가 나쁘지 않다. 연준이 적절히 대응하면 급격한 경기침체(hard landing)는 피할 수도 있어 보인다.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 가능성은 높아졌지만 미·일간 금리차가 여전히 커 단기간에 모든 포지션을 정리할 정도는 아니다.

버핏이 차익실현을 잘 한 것은 맞지만 주가가 급락한 만큼 미국 증시 밸류에이션 부담도 완화됐다. 네타냐후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이란에 강경한 트럼프의 재선을 기대하고 있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이 선전 중이다.

▶ 여전한 우려? 그래도 안도?…금리인하 치료제 되기 어려울 수

우려가 맞다면 반등 시 주식 비중 축소가 맞다. 안도하는 게 옳다면 저가 분할매수다.

연준의 공격적 금리인하가 치료제가 될 수도 있을까? 급격한 금리인하는 경기침체 가능성을 자인하는 꼴이 돼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다. 연준이 차분하게 대응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미 경기는 온도가 낮아지기 시작했다. 중요한 것은 흐름의 변화다. 미국의 소비자들은 고물가 부담에 지출을 줄이기 시작했다. 이는 기업들의 실적이 극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을 낮춘다. 실적 개선이 주춤해지면 인공지능(AI) 등 미래를 위한 투자도 부담스러워진다. AI시대에 대비한 반도체 및 전자제품 수요 기대에 주가가 올랐던 빅테크에는 반갑지 않은 상황이다.

‘나 홀로 호황’을 누리던 미국 경기가 식으면 위험자산의 상대적 매력은 낮아진다. 대신 가격상승(금리하락) 기대로 채권의 투자매력은 커진다. 적어도 위험자산에 배분됐던 엔 캐리 트레이드가 지속적으로 차익실현에 나설 만 하다.

네타냐후는 독불장군이다. 유럽은 영향력이 제한적이고 임기 말의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을 말리기는 쉽지 않다. 이란이 확전을 자제한다고 해도 네타냐후가 도발 수위를 계속 올린다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면전 가능성은 여전하다.

▶ 3분기 실적 확인 통한 연착륙 가능성 점검을

최근 40년간 미국 증시의 주요 충격들을 살펴보면 실제 부실이 터진 ‘파산’과 경기에 대한 ‘공포’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최근 사태는 1987년 검은 월요일, 2020년 코로나19 쇼크, 2022년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초긴축)과 닮았다. 시스템 위기로까지 이어질 정도는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문제는 거래방법의 변화다. 1987년에는 자동거래시스템(Automated trading), 2020년에는 상장지수펀드(ETF), 2022년에는 옵션거래(Option Trade)가 성행했다. 하루 최대 낙폭 기록 1위가 1987년 10월19일 -20.46%, 2020년 3월 16일 -11.98%이다. ‘공포’가 대량 거래시스템과 결합할 때 시장에 엄청난 변동성이 단기에 나타났다.

폭락에 이어 반등이 나타나더라도 언제든 다시 급락이 재현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미국 증시는 빅테크 7개 종목의 집중도가 역대 최대다. 집중도가 높을수록 변동성은 커지기 쉽다.

미국 경제는 중앙은행의 긴축에도 불구하고 재정 지출로 경기를 부양하며 호황을 누릴 수 있었다. 고금리로 물가상승률은 둔화됐지만 이미 높아진 물가 부담은 시간을 두고 민간 부문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연준이 금리를 낮추면 물가가 더 떨어지기는 어렵다. 소득을 더 늘려야 경기를 자극할 수 있다. 서비스업만 자극하면 인플레이션을 되살릴 위험이 크다. 투자와 혁신이 병행돼야 한다. 정책 변화가 중요한데 11월 대선 이후에야 가능하다. 미국이 단기간에 침체를 피할 길을 찾기는 어려울 듯하다.

미국 경제는 다른 나라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글로벌 경제에서 중국의 참여도가 낮아지면서 상대적으로 미국의 비중이 더 커졌다. 미국 경제가 충분히 뜨겁지 않으면 대미 수출이 많은 나라들의 사정이 어려워진다. 우리나라와 독일은 2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금리 인상에 나선 일본도 올해 성장률 전망을 0.6%에서 0.4%로 낮췄다.

글로벌 증시 폭락이 가장 잦았던 시기는 가을이다. 3분기 실적이 윤곽을 드러낼 즈음이다. 지난 금요일 기준 S&P500의 12개월 이익전망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20.5배(팩트셋데이터)로 2000년 이후 평균인 16.5배 보다 24% 이상 높다. 그만큼 가격부담이 높다는 뜻이다. 주가가 더 하락하던지 이익전망이 개선되어야 한다. 경기는 기업 실적에 반영된다. 3분기 주요 기업 실적이 긍정적이라면 저가매수, 그렇지 않다면 차익실현을 통한 주식 비중 축소가 바람직해 보인다.

▶그래도 유망한 미국 채권…코스피는 눈높이 낮춰야

연준의 금리 인하에 따른 채권가격 상승에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 장단기 금리 역전이 해소되기 시작했다. 미국에 투자할 때는 환율이 중요하다. 가계부채 부담에 최근 집값 상승까지 겹치면서 한국은행의 공격적인 금리 인하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도 금리를 내린다면 달러 약세 전망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 하락 폭은 크지 않을 수 있다.

코스피는 보수적 접근이 바람직해 보인다. 다른 주요국 보다 덜 올랐는데 더 많이 하락했다. 중국을 제외하면 최근 3년간 주요국 증시 가운데 가장 부진하다. 엔 캐리 트레이드 비중도 꽤 크다. 외국인 자금의 순유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이 미국 쪽으로 쏠리면서 과거처럼 외국인 매도 물량을 국내 자금이 받아내는 강도도 약해질 수 있다. 미국의 경기가 꺾이면 국내 주요 기업들의 이익 전망이 어두워지게 된다. 혁신은 부족하고 지배구조 개선은 요원하다. 주가와 금리가 모두 하락할 때는 독과점으로 안정적인 이익 창출과 배당이 가능한 우량 금융주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시장은 새로운 균형을 찾는 과정에 돌입했다. 새로운 균형점을 찾기 전까지는 변동성이 큰 구간을 지나야 한다. ‘기대’ 보다 ‘경계’에 무게를 둔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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