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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굿파트너’ 유나, 매번 연기를 너무 잘해 깜짝 놀라게 되는 이 배우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중학교 1학년 배우 유나(13)는 연기를 너무 잘해서 매번 놀란다.

유나는 이미 애플TV+ '파친코' 1화에서 어린 선자를 맡아 얼마되지 않는 분량으로도 돋보였고, 또 ENA '유괴의 날'에서는 윤계상을 혼내기도 하는 11살의 조숙한 천재 소녀 최로희로 강력한 존재감을 과시한 바 있다. 필자는 특히 '유괴의 날'에서는 거의 주인공 같은 비중을 소화해내는 이 배우의 능력을 보면서 감탄했다.

이번에는 인기리에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굿파트너'에서 부모님인 차은경(장나라)·김지상(지승현)의 이혼으로 혼란스러워하는 똑똑한 딸 재희 역을 맡아 성인 못지않은 탄탄한 연기력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재희는 힘들어하는 딸의 복잡한 심경을 드러내면서도 설득력 있는 섬세한 감정 연기를 펼쳐 몰입도를 높였다.

이 같은 유나의 사실적인 연기로 '굿파트너'는 단순히 차은경-김지상의 이혼 여부를 넘어 더욱 깊이있고 현실적인 작품이 됐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최근 유나 소속사인 사람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재희와 재희 엄마를 함께 만나 인터뷰를 했다.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느낀 점이 무엇인지를 물어봤다.

"어른들은 이혼하거나 싸우는 과정 속에서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만, 상처받는 건 아이다. 아이들의 선택권을 잘 헤아려 줘야 한다."

어른들이 피치 못해 이혼을 해야한다면 아이들의 입장을 고려해달라는 말, 중요한 지적이다.

극중 재희의 엄마와 아빠는 딸에 대해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돈을 벌어 딸이 할 수 있는 걸 마음대로 하게 해주자는 엄마(차은경)과 딸과 시간을 함께 보내주는 아빠(김지상) 중 어떤 스타일이 좋을까?

"엄마와 아빠가 사랑하는 방식이 다를 뿐 재희를 사랑하는 건 똑같다. 엄마는 딸이 마음대로 할 수 있게 금전적인 문제를 해결해주려고 하고, 아빠는 딸과 시간을 함께 보내는 걸 중요시한다. 특히 차은경이 딸 때문에 무너지는 걸 보고 재희를 많이 사랑하는 걸 느꼈다."

인터뷰 답변도 똑부러질 정도로 잘한다. 이어 재희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해석했는지도 물어봤다.

"재희는 똑똑하다. 부모의 이혼문제로 힘들어하는데, 감독님과 대화할때 재희가 힘듦을 힘듦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성장의 발판이 됐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재희는 성숙한 아이이기도 하다. 성숙함에 장난기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엄마와 캠핑 가서 재희가 '아빠가 보고 싶다'고 말하는데, 이 아이도 상처받고 있다는 걸 표현한 거다."

지난 작품들의 캐릭터에 대해서도 질문을 이어갔다. 유나는 '파친코'를 말하자 역사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 했다. 어린 선자 역을 할 때는 우리 역사를 생각하면서 화나고 속상한 부분도 있었다고 했다.

'유괴의 날'의 로희는 어릴때 부터 사랑을 받지 못했고 실험을 위해 태어난 아이인데, 처음으로 로희에게 진심어린 관심을 보여준 사람이 김명준(윤계상)이어서 마음을 열었다고 했다. 그래서 두 사람은 계속 떨어지지 않고 같이 다니게 된다고 설명했다. 로희를 연기할 때는 똑똑한 이미지를 주기 위해 발성 연습을 하고 딕션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했다.

큰 인기를 얻은 '굿파트너'가 방송되자 학교친구들이 "너무 잘보고 있다" "어떻게 나오냐?"라는 반응이 나오면서 연기에 더욱 빠진 듯했다. 유나는 "여러가지 직업을 체험할 수 있어 좋고 다양한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는 것도 좋은 경험"이라고 했다.

유나는 작품을 이해하고 캐릭터를 해석하는 능력이 중학생 수준이 아니다. 그래서 그의 연기는 마스코트 같은 아이가 아니라, 극에 개연성을 부여한다.

요즘은 아역 배우들도 대다수가 연기 아카데미에서 연기를 많이 배워 연기를 잘한다. 하지만 유나는 그런 식으로 연기를 배워 잘하는 배우가 아니라 상당 부분 타고났다. 말하자면 연기영재다.

연기교육을 많이 받은 아역배우가 너무 테크니션 같은 연기를 펼쳐도 아이같지 않을 때가 있는데, 유나는 연기학원에서 조금 배운 연기를 바탕으로 자신이 경험을 통해 스스로 만들어가는 연기라고 할 수 있다.

경기도 용인시 청덕중학교 1학년인 유나는 7살때 드라마 오디션을 보기 시작했다. 연기학원은 3개월 정도 다녔다고 한다. 유나는 어릴 때부터 연극이나, 뮤지컬 등을 보는 걸 좋아했다.

미술이 전공인 어머니는 어린이 미술학원을 하다, 지금은 유나 일정을 함께 하는 보호자이자 매니저 역할을 맡고 있다.

유나 어머니는 "유나 연기는 타고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순간 집중력이 대단하다. 대본을 볼때, 머리속에 그려진다고 하더라"면서 "그렇게 머리속에 그림이 그려질 수 있도록 평소 대화를 많이 한다. 결국 유나가 감정이 뭔지를 느끼면서 찾아간다. 연기할 때는 모든 걸 소진하고 돌아올 때는 차에서 곯아떨어진다. 모든 힘을 발휘하고 털어버리는 힘. 아이의 순수하고 좋은 에너지가 고갈되지 않도록 지켜주고 싶다"고 말했다.

유나는 연기가 어렵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취미 생활도 감정을 상하지 않도록 유의한다. 소설과 글쓰기를 좋아한다고 했다. 생활연기, 감정연기에 대해서는 평소에도 생각을 하고 있다. 생활연기는 조금만 어색해도 이상하게 보일 수 있다고 했다. 그의 관심사중 하나는 아이돌 음악이다. 아이유를 특히 좋아한다고 했다.

"제가 어른스럽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린 무당이나 악역처럼 소화하기 어려운 역할도 하고싶다. 저는 좋은 배우가 되고 싶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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