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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노벨상 휩쓴 AI, 기초과학투자·기본법제정이 답이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과 화학상이 모두 인공지능(AI) 분야에 돌아갔다. 물리학상은 인간 뇌를 모델로 한 인공신경망으로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분석하는 AI 머신러닝 개발자들에게 주어졌다. 화학상 수상자로는 AI를 활용해 단백질 구조 예측과 설계에 기여한 이들이 선정됐다. 보수적 성향을 보였던 노벨상이 최첨단이자 가장 논쟁적인 기술 혁신을 “인류에의 큰 공헌”이라고 공인한 것이다. AI는 이미 산업 전 분야에서 고부가가치를 낳을 뿐만 아니라 사회 구조를 바꾸어 놓을 지배적인 기술로 꼽히고 있다. 노벨상 시즌이면 으례히 나오는 ‘우린 언제나...’라는 푸념조차 한가한 소리다. 올해 노벨상은 우리 학계 뿐 아니라 정부와 국회에 당장의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스웨덴 노벨위원회는 9일(현지시간) 구글 딥마인드 창업자인 데미스 허사비스와 연구원 존 점퍼, 미국 생화학자 데이비드 베이커를 화학상 공동 수상자로 발표했다. 딥마인드는 이세돌과 세기의 바둑대결을 벌였던 인공지능 ‘알파고’로 유명하며 단백질 구조를 파악하는 AI 모델 ‘알파폴드’ 를 개발했다. 노벨위원회는 허사비스와 점퍼가 2020년 내놓은 ‘알파폴드2’가 현재 확인된 2억개의 단백질 구조를 모두 예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수상자 베이커는 새로운 단백질을 만들어낼 수 있는 단백질 분석·예측·설계프로그램 ‘로제타’를 만들었다. 단백질 예측과 설계는 신약과 백신, 신소재개발, 유전자연구에 일대 혁신으로 꼽힌다.

노벨상 과학분야는 생리의학을 포함해 3개인데, 올해는 이중 2개가 AI 연구로부터 나왔다. 전날 물리학상 수상자로는 AI 머신러닝 기초를 확립한 존 홉필드 미 프린스턴대 명예교수와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가 선정됐다. AI가 인류 문명의 현재이자 미래임을 천명한 셈이다. 또 화학자가 아닌 컴퓨터공학자 출신 정보기술기업(IT) CEO로 화학상을 받은 허사비스와 AI이미지 인식 기술을 개발한 힌턴 등 구글 관련 인사들이 이름을 올렸다는 점도 주목된다. 4년 전 나온 ‘알파폴드(2)’와 올해 3월 발표된 ‘로제타’ 시리즈 최신작(로제타폴드 올 아톰) 등 가장 최근의 업적이 반영된 것도 이례적이다.

AI의 위험성을 줄곧 경고해온 힌턴은 “정부가 할 수 있는 한 가지는 대기업들이 안전성 연구에 그들의 자원을 훨씬 많이 쓰도록 강제하는 것”이라고 했다. 노벨상 120여년의 역사에서도 손에 꼽힐만한 이변으로 평가될 이번 물리·화학상이 우리에게 당장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AI가 인류의 삶을 영구히 바꿀 혁신이며 정부는 기초과학 투자를 확대하고 국회는 AI의 개발·활용의 규범이 될 ‘기본법’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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