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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대출·부동산정책, 서민·실수요자만 피해 ‘미스매칭’ 우려

한국은행의 금리인하에도 시중은행 대출금리는 오히려 오르고 있다. 최근 가계대출 급증세는 고신용 차주가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의 통화정책 전환으로 기대되는 내수진작 효과를 높이기 위해 정부는 향후 대출규제를 전세·정책대출과 제2금융권까지 확대하는 방침을 검토하고 있다. 빚을 내지 못하면 생계나 영업, 내 집 마련이 힘든 서민·실수요자들에겐 은행 문턱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얘기다. 여기에 민간뿐 아니라 공공주택 건설도 차질을 빚고 있다니 집값상승 추세의 극적인 반전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내수회복과 가계빚 관리라는 두 마리 토끼 다 놓치고 어려운 서민살림의 부담만 가중될까 우려스럽다.

한은이 11일 기준금리를 3.50%에서 3.25%로 0.25%포인트(P) 낮췄지만,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 4개월여간 꾸준히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은행권에 따르면 주담대 고정(혼합형) 금리는 6월 말 연 2.94~4.95%에서 11일 연 3.81~5.73%로 올랐다. 변동금리도 3.74~5.96%에서 4.71~6.5%로 상승했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 정책으로 은행이 가산금리를 높였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달부터 2단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해 규제 강도를 높이자 최근 집값과 가계빚 증가세가 주춤했다. 정부는 전세·정책 대출과 제2금융권 대출에도 DSR 규제 확대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출금리가 높고 DSR 규제가 강화되면 고소득자·고자산가일수록 돈을 빌리기 쉽다. 14일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한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신용점수 840점 이상의 고신용자 가계대출 잔액은 총 1458조원으로, 중신용자(665~839점)의 330조원이나 저신용자(664점 이하)의 69조원보다 훨씬 많았다. 집값상승 기대가 높으면 이 돈이 부동산시장으로 흘러가는 건 당연한 이치다. 충분한 주택공급이 이뤄져야 집값이 안정되고 자금을 생산적 부문으로 유도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정부 임기 2년간 전국 주택 인허가는 전 정부 때의 수치를 밑돈다고 한다. 또 지난 2020년부터 올해 7월까지 인허가를 내준 공공분양단지 10곳 중 6곳이 착공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어떤 대출이든 자기능력에 맞게 돈을 빌리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전적으로 옳은 말이다. 그런데 집이 필요한 사람에겐 주택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고, 여윳돈은 생산적 부문으로 투자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정책의 목표이기도 하다. 정책의 ‘미스매칭’으로 양극화가 심화되지 않도록 계층별 수요를 고려한 정교한 부동산·대출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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