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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어 아너' 김재환 작가, "어떻게 다음회를 궁금하게? 각화 엔딩에 노골적인 감정을 표현"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최근 종영한 ENA 월화드라마 ‘유어 아너’는 평생을 올곧게 살아온 판사에서 살인 은폐자로 타락한 판사 송판호(손현주)와 아들의 살인범을 쫓는 범죄조직 보스 김강헌(김명민)이라는 두 아버지의 부성 본능 대치극이다. 대본을 쓴 김재환 작가를 만났다.

김 작가는 부여농고 장병태(임시완)가 일진 짱이 됐다가 몰락하는 서사로 노스탤지어 감성을 자아냈고, 충청도 사투리의 매력까지 알게해준 쿠팡플레이 '소년시대'의 작가여서 또 한번 놀랐다. 김 작가는 이전에도 영화 '고령화 가족' '계춘할망' '뒤틀린 집'을 쓰기도 했다.

‘유어 아너’는 2017년 이스라엘에서 방송된 드라마 '크보도(Kvodo)'가 원작이며, 2020년에는 미국에서도 리메이크됐다. 김재환 작가는 많은 부분을 새롭게 썼다.

김 작가는 '유어 아너'를 집필한 의도가 분명했다. "사람들에게 전해주고픈 감정이 있었다. 작지만 어둠속에서 환하게 보이는, 희망 같은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유어 아너'가 그걸 보여주기에 최적화된 아이템이다. 이런 비극에서 어떤 희망을 보여줄 것인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김 작가는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서 해수면이 높아지면, 제일 먼저 피해를 받는 곳은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 사모아섬 같은 작은 섬이다. 연기(공해)를 많이 발생시킨 당사국들은 아무런 죄값을 안받는데, 태평양의 작은 섬들이 피해를 받는다. 이것이 '유어 아너'의 경고 방식이다"고 말했다.

"오염원을 많이 배출한 나라가 패해를 본다면 누구나 익히 알고 있는 인과응보라 관심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아름다운 섬이 가라앉는 순간, 사람들은 경각심을 가진다. '유어 아너'가 그런 맥락이다. 우리가 절대적으로 맹신하는 사회적 통념들이 얼마나 사회를 해치고 있는가? 부성애와 아이를 잃은 분노,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아이를 지키거나, 복수하는 것이 과연 정답일까? 그 전쟁속에서 상처받는 게 누구냐를 보는 거다. 마치 가라앉는 사무아섬을 보는 것과 같다."

'유어 아너'는 재작년에 제작이 시작되기로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지연됐다. 하지만 손현주, 김명민 등은 계속 기다려주었다. 지체된 이유에 대해서는 "대본이 완벽하지 않았다. 하지만 긴 산고가 있었음에도 제작진의 지혜와 능력 덕분에 만들어질 수 있었다"면서 "저에게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줬고, 위기감도 주었다. 사람에게 '사주'가 있는 것처럼 작품도 그게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김재환 작가는 드라마를 안 볼 수 없게 만든다. '유어 아너' 1회를 본 사람은 다음 회가 궁금해서 견길 수가 없다. 무슨 비결이 있느냐고 물어봤다. "아이러니"라고 답했다.

"반대의 입장에서 피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고가면서 시작되는데, 이걸 잘 쓰는 편이다. 아이러니를 좋아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간 감정을 끄집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판사는 법을 잘 지키고 판결을 잘해야 한다. 그외에는 바라지 않는다. 그런데 댓글에서 '판사가 왜 저런 짓을?'이라는 글을 접한다. 아이러니는 상식을 벗어나게 한다. 상식과 기존 방식을 깨는 게 창작의 근원이다.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수많은 사람이 믿는 상식을 깨는 거다.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을 응원하게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들은 밝고 정의로운 것을 원한다. 나쁜 짓을 해도 응원한다는 믿음은 부성애에서 나온다. 판결하는 정의 개념보다 부성애가 상위 개념이다. 어둠속에서 빛이 보이는 것처럼 절망에서 부성애가 보인다. 잘 살아나가는 부자 관계에서는 그런 게 잘 안보인다. 평소 관계에서는 응원할 필요가 없다. 극단적인 관계가 되니까 더 사랑할 수밖에 없구나 하는 점을 느끼게 한다. 송판호도 아들이 행복할 때에는 안보였는데, 고난이 오면 그런 게 빛이 난다."

'유어 아너'를 보고 있으면 무섭다. 송판호(손현주)는 덕망있는 판사가 해서는 안될 짓을 점점 더 많이 하고 있고, 아들을 잃은 김강헌(김명민)의 폭력성을 동반한 복수는 어디까지 갈지 조마조마하다.

"각화 엔딩에 노골적인 감정을 표현했다. 김강헌과 송판호의 감정을 엔딩에 터트려 파장을 기대하게 한다. 사건이 어떻게 전개될지를 궁금하게 하는 기존 스타일과는 조금 다른 방식이다."

김 작가는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게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인간의 판단이라고 하는데, 인간의 행동을 판단하는 기준은 감정이더라. 화가 나면 손이 올라간다. 그래서 엔딩에서 감정을 터뜨리면, 다음이 어떻게 되는지는 자연스럽게 궁금해진다"고 설명했다.

'유어 아너'는 대본이 좋지만 누가 뭐래도 손현주와 김명민 같은 베테랑 베우의 명연기가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였다. 두 사람이 캐스팅됐을때 작가는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대본 작업을 하면서 중점을 둔 것은 날 것의 감정, 아버지의 감정이었다. 상식과 관념안에서 규정되지 않는 감정이다. 송판호의 감정은 캐릭터에 맡겼다. 날 것의 느낌을 그대로 받아쓰는 두 배우들이 케스팅 제의를 수락했을때 감사한 마음뿐이었다. 캐릭터의 감정만 생각했는데, 익숙한 감정보다는 생소한 부분이 많아 위험성도 있었는데도 두 배우가 잘 받아줬다. 두 배우들이 날 것 감정을 고스란히 유지한 채 연기해줘 감사하다."

김재환 작가는"착한 사람으로서의 신념이 폭력과 권력앞에 농락당하고 있다. 하지만 피해자는 부정되고 무시당한다. '소년시대'에서도 그 싸움의 피해자는 약하고 선한 조호석(이상진) 같은 인물이다. 그런 점에서 동시에 집필했던 '유어 아너'와 '소년시대' 두 드라마는 태마와 플롯이 일맥상통한다"고 설명했다.

드라마를 보면서 분노가 창작의 힘일 것이라고 느껴졌다. 김 작가는 "맞다"면서 "2011년 궁지에 몰려 절벽에 밀쳐지면서 절망했던 시기에 쓴 시나리오가 '고령화 가족'이었다. 이 영화가 개봉하기까지 어려운 시기를 맞았다"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를 도와주었다. 처음에는 '저를 절벽으로 떨어뜨린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해 잘되려고 그러나' 하면서 썼지만 저를 도와준 다수에게 잘되게 하자고 생각하면서 쓴 게 잘됐다. '소년시대'도 분노와 증오보다 사랑의 힘이 더 많은 성과를 낸다고 깨닫고 썼다. 그렇게 믿고 산 사람들도 많다"고 했다.

'소년시대'에서 구수한 사투리는 쓴 이유에 대해서는 "충청도 사투리가 대사 쓰기에 알맞다. 화장실에 화장지를 많이 가지고 가니까 '내장까지 딲을겨'라고 말하더라. 충청도 말이 중의적이고 시적으로도 표현하기 좋다"고 답했다. 작가, 감독, 임시완 중 충청도 사람이 한 사람도 없는데도, 충청도 말을 고집한 이유를 알만했다. 덕분에 지방 사투리와 방언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유어 아너'의 시즌2는 나올 수 있을까? 가능성은 충분한 것 같다.

"시즌1에서 전달하려고 했던 테마는 맹신했던 철학과 통념이 무엇을 망가뜨리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거였다. 시즌2는 어느 정도 뼈대를 잡고, 머리속으로는 준비하고 있다. 시즌2에서는 또다른 테마로끌고갈 수 있지 않을까? 나는 60세까지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꿈이다."

분노가 창작의 힘이 된다고 말한 김재환 작가에게 창작자로서 영감은 어디에서 주로 얻는지도 궁금했다.

"사람은 감정에 의해 판단하고 움직인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 그들이 뿜어내는 감정을 접한다. 바로 감정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 감정을 보기위해 제가 먼저 뿜는다. 제가 가진 모든 걸 보여주면 그들 역시 제가 경험해보지 못한 감정을 보여주더라. 시튜에이션들은 많은 게 나왔기 때문에 어떤 감정을 담느냐를 고민한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 많은 감정을 접해보는 것, 함께 술도 마셔보면 영감을 얻는 데 도움이 많이 된다."

김재환 작가는 "치밀하게 꾸며진 이야기일수록 한꺼번에 보는 게 좋다. 띄엄띄엄 보면 개연성이 떨어진다. '유어 아너'는 공부하듯 보지 말고. 사이다나 맥주와 간식거리를 놔두고 1화부터 천천히 음미하듯 보면서 10화쯤 가면 절망적이고 무거운 이야기가 따뜻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한꺼번에 10화까지 보면 뜨거울 것이다"고 '유어 아너'를 즐기는 방식을 알려주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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