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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어 아너' 김명민, "김강헌은 알 파치노와 말론 브란도 중간 정도의 캐릭터"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김명민은 ENA 드라마 ‘유어 아너’에서 아들을 잃은 김강헌 회장역을 맡아 시종 긴장감을 제공했다. 김강헌의 여러 가지 감정을 표현한 김명민의 노련함이 돋보였다. 기업인이자 우원시를 손에 쥔 조폭두목 같은 김명민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때는 숨죽이며 봐야했다.

김명민은 아무래도 손현주와의 연기가 가장 인상적이었을 것이다. 두 사람이 주고받는 에너지는 이 드라마의 가장 핵심이 되는 관전 포인트였다. 김명민은 "현주 형은 모든 걸 다 받아주는 산 같은 존재였다"면서 "신인들은 연기를 잘해 자신이 더 돋보이려고 하는데, 현주 형님 앞에서는 그런 게 소용 없었다"고 함께 연기한 경험을 전했다.

"현주 형이 먼저 캐스팅됐다. 크리에이터로 참가한 표민수 감독님으로부터 현주 형이 대본도 보고싶지 않은 상태에서 하고싶어 했다는 말을 들었다. 현주 형은 내가 존경하는 배우다. 이 기회를 놓치면 평생 함께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함께 연기 해보니 왜 대배우인지 알 수 있었다. 모든 사람의 존경을 받는 송판호 판사 역을 맡은 현주 형을 내가 찍어눌러야 했기 때문에 힘들었다. 나는 대사가 많지 않아, 김강헌의 포스에 중점을 뒀다. 영화 '대부'를 보고 알 파치노와 말론 브란도 중간 정도로 캐릭터 콘셉트를 잡았다."

김명민이 김강헌 역할을 하기 위한 첫번째 미션은 살이 찌우는 것이었다. 김명민은 "살이 잘 안찌더라. 1000 칼로리 짜리 햄버거를 먹고 자고 했는데도 살이 잘 안쪄 고생했다. 고칼로리 음식을 먹어 체중을 7~8㎏ 정도 늘렸다"면서 "하지만 살에만 집중될까봐 김강헌의 내면을 연구했다. 그래서 감정이입이 더 잘 될 수 있도록 했다. 아무래도 시너지를 내려면 현주 형님에게 최대한 무섭게 보여야 했다"고 전했다.

이어 김명민은 "김강헌은 무서울 게 없는 인간이지만, 가족이 없으면 무너진다. 본인이 3년간의 복역기간을 마치고 언더그라운드 비즈니스를 끝내겠다고 결심했지만 아들이 죽으면서 모든 게 꼬여버렸다"면서 "김강헌은 무소불위의 힘을 지녔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았다. 외롭고 힘든 인물이다"고 설명했다.

김명민(김강헌 역)은 "아픈 손가락이자 아킬레스건인 아들 김상혁(허남준)을 제대로 건사하지 못한 건 김강현 자신의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미국으로 멀리 보내 사고치지 못하도록 하려고 했다"면서 "딸 김은(박세현)은 예쁘고 순수한 결정체다. 이 가정에서 태어나선 안되는 거였다. 은이 잘못되면 강헌은 무너진다. 상혁은 가장 아픈 손가락이다"고 했다. 그는 김강헌은 표민수 감독과의 오랜 대화를 통해 디벨롭(발전) 시킨 캐릭터라고 했다. 이스라엘 원작과 미국 리메이크판 캐릭터와는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김명민은 자신의 아들로 나온 허남준(김상혁 역)과 송판호(손현주) 판사의 아들 역의 김도훈(송호영 역) 등 젊은 두 배우의 자세가 남달랐다고 말했다. "'돋보이겠다'가 아니라 해당 신에서 자기 모습을 100% 해냈다. 그래서 저런 시너지를 내는구나. 연기 차력쇼라기 보다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와 함께 경기를 하는 느낌이었다."

김명민에게는 가장 신뢰하는 행동대장 박창혁(하수호)이 항상 함께 했다. 항상 김강헌 옆을 지키며 그가 지시한 모든 일을 수행한다. 김명민은 "박창혁은 멋있고 무자비하다. 저보다 무섭다. 내가 몇년만 젊었으면 창혁 역을 해보고 싶었다. 창혁은 '대부'에서 로버트 듀발 같은 동생이다.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동생이다. 창혁은 무자비한 킬러지만 보디가드는 아니다. 내가 총을 쏘려고 하면 말리는 역할까지 맡는다. 단순 비서라면 못한다"고 했다.

김명민은 JTBC '로스쿨' 이후 3년간 드라마에 출연하지 않았다. 원래 한 달만 쉬면 답답해서 나가고 싶은 성격이었다. 하지만 그는 "3년 공백기간동안 가족과 함께 해 좋았다"고 했다. 그래서 어떤 아버지인지도 물어봤다.

"그냥 아버지다. 아들과 소통시간이 없었다. 아이는 운동도 좀 하고, 엄마랑 소통한다. 공부보다는 바둑이나 골프를 시켜보려고 했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골프에 재능을 보여 6학년까지 선수생활을 했다. 국가대표 상비군까지 올라갔다. 나는 열심히 일하면서 지원했다. 하지만 정신적인 부담이 컸는지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았다. 그러려면 그만 두라고 했더니 정말 그만두더라. 그때부터 공부하기 시작하니 힘들었다. 초등학교 6년간 운동만 했는데. 나는 아들을 지원해주고 있었지만 배척돼 있었다. 쉬는 동안 아이와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할지를 고민했다. 게임으로 접근했다. 3박4일 동안 팠다. 나도 아들과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다. 아들과 미국으로 로드트립을 다녀왔다. 여행중 아이랑 소통하면서 친구가 됐다. 다른 게임 지식도 쌓였다. 서로 불편하면 게임으로 푼다. 지금은 친구 같은 관계다."

김명민은 3년간 공백기를 잘 활용했다. 공백기 없이 연기만 한 것보다 훨씬 보람찬 시간이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김명민에게 사람들이 왜 '유어 아너'를 좋아해주는지를 한번 물어봤다.

"드라마는 시류를 반영하고 말초신경을 자극하기도 한다. '유어 아너'는 인간의 감정으로 간다. '유어 아너'는 언제 내놓아도 공감할 수 있다. 나의 현실은 아니지만 아버지, 부성애 같은 것에 공감한다. 내가 판사나 권력자가 아닌데 어떻게 공감하지? 자식을 잃어본 사람에게 감정이입하며 대입하게 된다. 그러면서 송판호 판사를 지지할지, 김강헌을 지지할지를 결정한다. 드라마의 힘은 시대를 막론하고 감정과 정서를 건드리는 작품에서 나온다. '모래시계' '여명의 눈동자' 같은 작품이 그립다. 그런 게 나온다 해도 시청률이 많이 나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정성이 느껴지고 정통성이 통한다면 3시간도 볼 수 있다. 시류를 타는 드라마가 있어도 정통성 있는 드라마도 존재했으면 한다. '유아 아너' 같은 드라마도 있으면 좋겠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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