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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실 왜곡”vs“범죄자 취급”…경찰 ‘지역관서 순찰 지침’ 갈등 격화[취재메타]
‘지역경찰 순찰 강화 지침’에 경찰청장 탄핵요구·삭발식
직협 “경찰들 죽어나간다” vs 경찰청 “국민 치안 위한 것”
범죄예방대응국장 “근거 없는 대책 아냐, 현장 점검 실시”
편집자주

취재부터 뉴스까지, 그 사이(메타·μετa) 행간을 다시 씁니다.

경찰 내부에서 지난 9월 실시된 ‘지역관서 근무감독·관리체계’를 두고 갈등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찰청 대상 국정감사에서 조지호 경찰청장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는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경찰 내부에서 지난 9월 실시된 ‘지역관서 근무감독·관리체계’를 두고 갈등이 커지고 있다. 현장에서는 “경찰이 범죄자 취급을 당하고 있다”며 초유의 ‘경찰청장 탄핵’까지 내걸었다. 경찰청 본청은 그러나 “현장 경찰들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24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들의 불만은 ‘지역관서 근무감독·관리체계 개선 대책’에서 촉발됐다. 이 대책에는 ‘순찰차가 2시간 이상 정차할 경우 사유 보고’, ‘명확한 이유 없이 장기간 정차한 순찰차는 상황실에서 확인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대책은 지난 8월 경남 하동 파출소 순찰차 안에서 4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의 후속 조치로 시행됐다. 당시 경남 하동 파출소 근무자들은 피해자가 순찰차에 갇혀 있던 동안 7번 순찰차를 운행해야 했지만, 단 한 차례도 나가지 않고 파출소 안에서 잠을 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청은 지역 경찰의 ‘순찰 태만’으로 인해 시행된 적당한 조치라고 평가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8월 2주간 전국 지역경찰관서 480곳을 대상으로 전수점검을 벌인 결과, 예방 순찰이 정상적이지 않았던 곳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경찰청 범죄예방국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치안 수요가 많지 않은 지역 관서를 중심으로 예방 순찰을 소홀히 하는 문제가 불거졌다고 보고 있다.

현장 경찰들과 전국경찰직장협의회(직협)는 “지역경찰을 범죄자로 여기고, 사지로 내모는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직협은 이 대책을 두고 “자율적이었던 순찰이 과도한 감시로 인해 ‘GPS 뺑뺑이’로 변할 것이다. 경찰들이 죽어나가는 도중에 이런 대책은 말도 안된다”라며 “농어촌의 특수한 여건을 감안하지 않은 무책임한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 관계자들이 2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열린 현장경찰관 인권탄압 규탄대회에서 경찰청의 GPS감시와 밀어내기 순찰을 규탄하며 삭발식을 하고 있다. [연합]

이같은 반발은 사상 초유의 조지호 경찰청장 ‘탄핵 요구’로까지 나아갔다. 김건표 경남 김해 신어지구대 경감은 ‘경찰과 시민을 죽이는 경찰청장의 지시에 대한 탄핵요청에 관한 청원’을 올렸다. 이 청원은 8일 만에 청원 성립요건인 동의자 5만명을 넘어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된 상황이다. 경찰청장의 탄핵 요구도 처음이지만, 경찰 내부의 ‘반발’이 국회 국민동의청원 성립요건을 넘긴 경우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탄핵 요구에 이어 지난 21일 ‘경찰의 날’에는 경찰관들의 ‘삭발 집회’도 진행됐다. 직협은 2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지휘부는 현장의 고통을 외면한 채 우리가 겪는 정신적 고문을 무시하고, 마치 우리의 고통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며 총 9명이 삭발식을 했다. 삭발식을 주도한 직협 관계자들은 “대한민국 경찰관은 기계가 아니다”, “경찰을 살려달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본청에서는 “지역관서 감독관리 체계 개선은 국민 치안을 위해 시행된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특히 ‘GPS 감시’, ‘2시간 마다 위치보고’ 등의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본청에서는 “성실하게 순찰하라는 내용을 지적한걸 무작정 문제라고만 한다”라며 현장과의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고평기 경찰청 범죄예방대응국장은 경찰 내부 게시판에 “이번 조치는 경남 하동 파출소 만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시행된 대책”이라며 “2시간 이상 ‘아무 이유 없이’ 움직이지 않을 때 사유를 입력하라는 것이지, 2시간 마다 의무적으로 위치를 보고하라는 대책이 아니다”라고 썼다.

이어 “또 순찰지를 매번 동일하게 설정하거나 야간근무자 전원을 대기로 지정하는 등 전 지구대·파출소 근무일지가 너무 형식적이었다”라며 “이에 범예과장과 경찰서장도 관심을 갖고 챙겨보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고평기 경찰청 범죄예방대응국장 경찰 내부 게시판에 ‘범죄예방대응국장입니다’라고 밝히며 올린 글. [독자 제공]

고 국장은 ‘중심지역관서제도’ 관련해서도 사실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고 국장은 “중심지역관서제도 확대 시행으로 일부 지구대와 파출소가 폐지되어 치안공백이 발생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라며 “다만 전국에 치안센터가 953개소가 있었는데, 근무자 미배치 등으로 관리되지 않아 방치되고 있었다. 이에 센터 2212개소는 지난해 12월 폐지하게 됐고, 현재 전국에 741개 치안센터가 남아있다”라고 했다.

아울러 “앞으로 경찰청은 관리체계 개선계획을 포함해, 여러 정책을 일정기간 시행한 후에 그 효과성 검토와 내부 여론조사를 거칠 예정”이라며 “확인되지 않은 추측성이나, 근거없는 내용 등으로 무분별하게 내·외부로 표출해 사실왜곡과 정책혼선이 없도록 해달라”고 덧붙였다.

중심지역관서제는 지구대·파출소 두세 곳을 묶어 이 중 거점 역할을 하는 관서를 중심관서로, 나머지를 공동체관서로 운영하는 제도다. 치안 수요가 적은 공동체관서에는 최소한의 인력만 남기고 나머지를 중심관서로 이관해 112신고 처리와 예방 순찰을 담당한다. 다만 이를 두고 일부 지역에서는 지리적 특성을 반영하지 못해 치안 공백을 야기한다는 지적이 나온바 있다.

고 국장은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2시간마다 모든 경찰차를 감시한다는 주장은 말도 안되는 소리 아니냐”라며 “이번 대책은 아무 근거 없이 나온 대책이 아니다. 경찰이 그 수많은 모든 경찰 차량을 감시할 수도 없다, 2시간이상 멈춰있는 차만 이유를 입력하라는 이야기가 와전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본청에서는 직원들이 직접 현장에 나가서 직접 점검도 하고 있고, 같이 근무도 해보고 있다”라며 “대책이 있으면, 내부 의견을 수렴하고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라 시행하는 것이다. 막나가는 식으로 대책을 시행한다는 지적은 억울하다”라고 덧붙였다.

brunc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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