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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 옆 ‘삼겹살 불판’인 줄 알았다” 처음 본 ‘이놈’…마라톤 완주 도전장
사족보행 로봇 '라이보'가 사람 못지 않은 빠른 속도로 해변을 달리고 있다.[KAIST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해변 모래사장을 거침없이 질주하는 이녀석. 이번엔 마라톤이다.”

KAIST 기계공학과 황보제민 교수팀이 개발한 4족 보행 로봇 ‘라이보’가 이번에는 세계 최초로 마라톤 풀코스(42.195km) 완주에 도전한다.

라이보는 모래와 같이 변형하는 지형에서도 민첩하고 견고하게 보행할 수 있는 사족 로봇이다. 발이 완전히 모래에 잠기는 해변 모래사장에서 최대 3.03m/s의 고속 보행을 선보였다. 풀밭, 육상 트랙, 단단한 땅에서도 빠른 속도로 무척 잘 달린다.

KAIST가 개발한 4족 보행 로봇 라이보가 마라톤 주행 연습을 하고 있다.[KAIST 제공]

로봇의 마라톤 도전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기존 사족보행 로봇의 최장 주행거리가 20km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두 배가 넘는 거리이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1회 충전으로 43km 연속 보행이 가능한 로봇을 개발, 교내 대운동장에서 저장된 GPS 경로를 따라 보행하는 방식으로 4시간 40분에 걸쳐 완주하는 데 성공했다.

그동안 보행 로봇의 주행거리는 대부분 실험실 내 통제된 환경에서 측정되거나 이론상의 수치에 그쳐왔다. 이번 도전은 실제 도심 환경에서 일반인들과 함께 달리며 기록을 측정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사족보행 로봇의 실용화 가능성을 실제 환경에서 검증하는 첫 시도가 될 전망이다.

사족보행 로봇 '라이보'가 지난 9월 ‘금산인삼축제 마라톤대회’에서 달리고 있다.[KAIST 제공]

사족보행 로봇은 얼음, 모래, 산악 지형 등 험지에서도 안정적인 보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짧은 주행거리와 운용 시간이 한계로 지적되어 왔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로봇의 구동기부터 기계적 메커니즘까지 모든 것을 자체적으로 설계했다. 특히 자체 개발한 동역학 시뮬레이터 ‘라이심(Raisim)’을 통해 강화학습 기반의 효율적인 보행 제어 기술을 구현했다.

연구팀은 또한 실제 야외 환경에서의 보행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보행 손실 모델을 수립하고, 이를 다시 시뮬레이션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1년여간 보행 효율을 단계적으로 끌어올렸다.

이번이 연구팀의 두 번째 도전이다. 지난 9월 ‘금산인삼축제 마라톤대회’에서 첫 도전을 했으나 37km 지점에서 배터리 방전으로 완주에 실패했다. 실험실 예상보다 10km 일찍 배터리가 소진된 것이다. 연구진은 실제 마라톤 코스에서 다른 주자들과 어울려 달리다 보니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지 못하고 잦은 가감속이 발생한 점을 원인으로 분석했다.

황보제민(아랫줄 왼쪽 끝) 교수 연구팀과 라이보.[KAIST 제공]

이후 연구팀은 완주를 위한 기술적 보완에 주력했다. PC에서 수행하던 관절 강성 제어를 모터 구동기에 직접 구현해 제어 효율을 높였고, 내부 구조를 개선해 배터리 용량도 33% 늘렸다. 이러한 개선으로 현재 직선 구간 기준 최대 67km 주행이 가능해졌다.

이충인 박사과정은 “보행 손실을 기구, 전장, 보행 방법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었던 것이 보행 효율을 개선하는데 주요하게 작용했다”며 “이번 연구 성과는 사족보행 로봇의 운용 범위를 도시 범위로 확대하는데 중요한 기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보제민 교수는 “이 로봇은 군용으로 정찰이나 군수물자 이동 임무와 해변 감시에 활용할 수 있다”면서 “향후 3년 내 본격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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